모바일 메뉴 닫기
 

열린마당

제목
미생물 전성시대: 위생가설과 Th1/Th2 세포
작성일
2020.08.18
작성자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게시글 내용

2016-05-10


생명의 출현이래 세균은 지금까지 지구의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어디에나 존재하며, 무엇이든 분해•합성하는 생화학적 대사능력은 가히 최고입니다. 우리와 더불어 살고 있는 세균은 수적인 면에서 몸 전체 세포 수 10조보다 10배 많은 100조이며(대장균 하나만 따져도 그 수는 세계 인구 수와 맞먹음), 유전자 수로 따지면 2백만 내지는 2천만개 정도로 우리의 유전자 보다 얼추 수백 배 이상 더 많습니다. 우리가 세균에게 먹거리와 서식처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우리도 세균 때문에 소화하기 힘든 것을 먹을 수 있고, 주변에서 시시때때로 우리를 넘보는 다양한 시도를 제압하며 잘 살 수 있습니다. 세균은 우리 몸이 외부와 접촉하는 곳 어디에나 자리잡고 있어 낯선 자들이 비집고 들어설 수 없게 할 뿐만이 아니라, 해를 끼칠 소지가 있는 침입자를 알아차리게끔 능동적으로 면역계를 훈련시킵니다. 제1차 피아 구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죠. 이러한 세균을 포함한 인체 미생물 집단의 중요성이 인정되어 소장이나 대장에 살고 있는 장내 미생물 총 집단(gut microbiota)을 뇌, 허파, 간 등과 동급으로 대우하여 제3의 기관이라 합니다. 맨눈으로 볼 수 없었던 세계를 보게 되면서 시작된 미생물학은 1세기전 인체 병원성 세균학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습니다. 장내세균이 우리의 방어체계 구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각종 면역질환, 비만 당뇨 등 대사성 질환, 그리고 자폐증이나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 발병에 일정 역할을 하고 있음이 속속 밝혀지면서 요즘은 미생물학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5월 초만 보더라도 nature, science, cell 등 생물학 탑 저널에 5편의 논문이 장내 미생물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 논문들을 소개하기 전에 미생물학 전성기를 다시금 맞게 된 배경을 알아보겠습니다.


1989년 역학연구자(epidemiologist) Strachan은 1958년 어느 한 주간에 태어난 아이 1만 7천 명(동일한 특성을 지닌 코호트 집단, cohort)의 의료기록에서 어린 시절의 어떤 요소들이 성인이 된 후 앨러지 질환을 일으키는지 추적했습니다*. 스무 살에 이르러 꽃가루 앨러지(건초열, hay fever)와 아토피 피부염을 앓게 된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 어떤 공통점이 있었을까? Strachan은 단 하나의 차이점을 알아냈습니다. 형제의 수가 많을수록 앨러지 발병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이었죠. 형제가 많은 집의 아이들은 형들이 밖에서 오염원을 집으로 들여오기 때문에 감염성 질환에 자주 걸리지만, 나중에 자라면서 앨러지는 모르고 삽니다. Strachan은 생애 초기 즉 유아기 감염 경험이 앨러지 발병에서 자유롭게 한다고 추론하였고, 핵가족화와 깨끗한 환경은 피아 구분을 제대로 하게끔 면역계를 충분히 교육시키지 못해 꽃가루 같은 애꿎은 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위생가설(hygiene hypothesis)을 내놓습니다.


이 가설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으며, 때를 맞추어 면역학의 큰 진전을 이루게 한 발견에 힘을 받습니다**. 『면역반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도움T세포(TH)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세균 등 감염성 질환을 관장하는 TH1세포이고 다른 하나는 앨러지 반응을 관장하는 TH2세포이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견제한다.』 이를 위생가설과 접목하면 아주 그럴듯해집니다. 어린 시절에 감염성 질환에 자주 걸리면 TH1 세포 반응은 잘 훈련 됨과 동시에 TH2반응축은 잦아들게 됩니다. 반면 위생상태가 좋은 환경에서는 TH1 세포의 훈련이 덜되게 되고 상대적으로 TH2 세포의 반응축으로의 쏠림이 일어나 꽃가루, 고양이나 개털, 땅콩, 달걀 등 사소한 외래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이후 진행된 연구는 위생시설을 잘 갖춘 도시에서 앨러지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면역질환도 급증하는 추세에 있음을 말해줍니다. 유럽과 미국 포함 대부분의 산업화 국가에서 천식(asthma)을 비롯하여 자가면역질환(autoimmune disease)인 셀리악 병(celiac disease), 제1형당뇨(type 1 diabetes), 관절염(rheumatoid arthritis), 다발성결화증(multiple sclerosis), 루프스(lupus) 등 모두 증가일로에 있습니다. 약간 과장하여 흡사 전염병과 같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많은 부분은 위생가설로 설명할 수 있지만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예로써, 도시에서 자란 어린이들은 농촌에서 자란 애들 보다 3 배 이상 앨러지에 취약합니다. 도시 아이들은 먼지 진드기나 비듬에 더 많이 더 일찍 노출되는데 이러한 초기 노출이 어찌 도시 아이들의 면역계를 훈련시키지 못할까? 위생적인 환경 때문에 그렇다 손치더라도 사람마다 나타나는 반응이 다릅니다. 왜 어떤 애들은 앨러지 반응을 보이지만 어떤 애들은 자가면역질환으로 나타나는가? 자가면역질환에서도 어떤 경우는 천식으로, 어떤 경우는 셀리악 또는 다발성경화증으로 나타나는가? 질환 발병의 특이성은 어디서 오는가? 깨끗해진 환경만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면역질환으로 간주되지 않았던 심장병, 자폐증, 대사성질환 및 비만 역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요?


위생가설의 면역학적 이론 근거를 제공하는 상호견제 TH1/TH2 이분법 역시 이러한 질환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주지 못합니다. 우선, 많은 자가면역질환은 TH2 세포로의 쏠림 때문이 아니라 TH1 세포의 반응으로 생깁니다. TH1 축은 잘 훈련되었을 텐데 이상합니다. 또 위생가설은 사람에 기생하는 여러 장내기생충(helminth) 감염에 대해서도 적용되어, 기생충이 없어졌기 때문에 앨러지와 자가면역질환에 취약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기생충들은 TH1 반응이 아니라 TH2 반응을 활성화합니다. 어릴 적에 기생충 접촉 경험이 없으면 TH2 반응축은 위축되고 TH1 쪽으로 쏠림이 생겨 앨러지를 앓지 않아야 할 텐데 그렇지 않습니다. TH1/TH2 보다는 진전된 면역 메커니즘이 제시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앨러지를 위시하여 각종 면역질환뿐만이 아니라 심장병, 비만 당뇨 등 여러 대사성질환, 자폐증 등의 급격한 증가를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다른 가설이 필요합니다. 진화적 개념이 들어간 옛친구 가설(old friends hypothesis)과 미생물총집단 가설(microbiota hypothesis)이 그것이죠. 다음 주에 소개하겠습니다.

--------------------------------------------------------------------------------------------

*Strachan DP. Hay fever, hygiene, and household size. BMJ. 1989; 299:1259–60.

**Mosmann TR, Cherwinski H, Bond MW, Giedlin MA, Coffman RL. Two types of murine T cell clone. I. Definition according to profiles of lymphokine activities and secreted proteins. J Immunol 1986; 136:234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