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미생물 전성시대: 미생물총집합 가설과 Th17 세포
- 작성일
- 2020.08.18
- 작성자
-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 게시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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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4
과거 50년간 앨러지와 각종 자가면역질환이 증가하는 이유를 ‘감염성 미생물을 접촉해보지 못했기 때문’에서 ‘친구 미생물을 잃어버렸기 때문’으로 발상을 바꾸니 면역학적으로 설명이 좀 더 잘 됩니다. 오늘은 면역계 질환뿐만 아니라 비감염성 질환(non-communicable diseases, NCD)으로 분류되는 비만, 당뇨, 심장질환, 암, 우울증 등이 증가하는 이유도 우리의 친구인 장내세균의 조성변화 때문이라는 미생물총집합 가설(microbiota hypothesis)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가설은 장내세균 무리의 조화가 깨지면 면역과잉반응을 제어하는 Treg 세포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동시에 염증반응을 북돋는 도움T세포인 TH17이 발호한다는 면역학적 메커니즘에 근거를 둡니다.
뱃속의 아기는 무균 상태이지만 출산과정에서 엄마의 세균에 곧바로 감염됩니다. 스위스 ETH 연구그룹에 의해 올해 5월 Science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임신한 엄마에게는 그녀의 장내세균에 대한 정보를 미리 태아에 알려주는 시스템이 있으며, 그 정보로 태아는 세균을 방어하는 장치를 갖춥니다(1). 이를 통해 출생 후 감염되는 세균의 증식이 한시적으로 제한되고, 그 세균에서 유래되는 화학물질의 작용으로 Treg 세포가 만들어져 세균이 장에 서식할 수 있게 됩니다. 처음 자리잡는 세균이 아기의 면역조절 능력 배양에 아주 중요하겠죠. 그 이후 다양한 종의 세균들이 장에 자리를 잡게끔 아기의 면역계는 세균의 공통점을 파악하여 그룹으로 나누고 그룹별 반응 특이성을 지닌 Treg세포들을 만듭니다. 숙주 내에서 공생이 허용된 세균 무리는 자신들의 정족수를 조절하면서 조화롭게 잘 지냅니다(quorum sensing).
세균이 자체적으로 특정 세균의 개체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는 것을 통제하지만, 숙주도 한 몫을 합니다. TH17 세포가 사심을 보이는 세균을 식세포(phagocyte, 세균을 잡아먹는 세포)를 동원하여 응징합니다. TH17 세포는 2005년 염증성 자가면역질환의 배후로 지목되는 –그러나 TH1/ TH2와는 독특한 발달 계보를 가지는– 병원성 도움T세포로 발견되었습니다. 주로 점액 조직에 있으면서 거기에 갇힌 세균의 번성을 막는데 관여합니다. 정상적인 건강조건에서는 TH17 세포는 잡음 수준으로 일어나는 장내세균 사이의 동요를 통제합니다. 그러나 약물, 음식물, 스트레스 등으로 장내세균 사이의 균형이 심하게 허물어져 악간의 염증이 있게 되면, Treg로 분화하던 도움T세포가 방향을 틀어 TH17 세포로 분화됩니다. 결과로 TH17세포가 Treg세포보다 수적인 우위에 있게 되고 그 허물어진 장 부위에 염증반응이 촉진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생성되는 물질이 TH17세포를 더 많이 만들고 주변으로 퍼지면서 염증이 번집니다. 만성적 자가면역 장질환인 크론병(Crohn’s disease)과 궤양성 대장염(Ulcerative colitis) 등이 이러한 연유로 생기는 것입니다.
음식, 약물,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사소한 염증이 만성염증으로 번지는 악순환의 원인 제공자는 세균입니다. TH17세포는 염증을 증폭시키는 집행자입니다. 편향된 식습관이나 스트레스로 특정 세균 무리가 득세하면 그간 잘 유지되던 상피세포 방어벽이 헐거워집니다. 이를 통해 장벽 바깥에 있던 물질들이 안으로 들어가 TH17 세포의 분화를 촉진합니다. 당뇨, 심장병, 관절염, 치매, 암, 우울증 등 모두 특정 세균이 지나치게 수가 불어나기 때문에 발병합니다. 이들을 비감염성 질환이라고 구분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맞지 않습니다. 사육 케이지를 공유하는 생쥐 사이에 장내세균은 수평으로 전달이 될 수 있음이 드러났고, 이번 달 Nature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건강인의 장내세균 50-60%는 포자를 형성해 가족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2). 비감염성 질환이 원인 세균을 통하여 전염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비만, 당뇨, 암, 우울증 등에의 취약성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과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비만을 예로 들면, 체질량지수냐 허리둘레냐 등 어떤 표현형을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유전성은 평균 50%가 웃돕니다. 한편, 비만인 사람의 장내세균은 마른 사람의 것과 사뭇 다릅니다. 최근 사람에게 적용한 연구에서 마른 사람의 특정 세균을 뚱뚱한 사람에게 이식하면 비만이 개선됨을 보여 주어, 비만의 원인이 세균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Cell Host and Microbes 5월호에는1126명의 쌍둥이를 포함 3261명의 장내세균 샘플과 숙주의 유전체를 분석한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우리의 유전체가 장내미생물의 종류를 결정한다고 합니다(3). 어떤 장내세균은 부모의 유전자에 엮여 자식에게로 수직 전달될 수 있다는 이야기죠. 장내세균을 환경요인으로 간주해야 하는지에 혼란이 옵니다. 우리와 장내세균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한 몸이며 연합체입니다.
또한 뉴욕대학 연구진이 2016년 Science 4월호에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기생충에 의한 면역조절 역시 장내세균을 통해 이루어집니다(4). 크론병 생쥐모델에서 윤충(helminth)은 염증유발 세균을 장에서 밀어내고 유익한 세균을 대신 자리잡게 하여 크론병으로의 진행을 막습니다. 또한 풍토 기생충이 흔한 말레이지아 특정 지역 주민들은 염증성 장질환을 거의 앓고 있지 않는데, 그 기생충 감염자의 장에는 생쥐모델 연구에서 보여준 유익세균 종이 많았고, 구충약을 복용하여 기생충을 없앴을 때 해로운 세균종이 자리잡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쯤에서 3주에 걸친 미생물 전성시대를 정리합니다. 장내세균, 기생충, 숙주 면역계 3자간의 소통이 우리의 웰빙을 결정합니다. 기생충이 빠지면 앨러지가 유행하고, 장내세균의 균형이 무너지면 각종 비감염성 질환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의 발병 원인은 세균으로 귀착됩니다. 1세기전 감염성 질환을 제어하려는 연구로부터 집대성된 미생물학이 지금은 비감염성 질환을 제어하려는 과학자들의 열정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다음은 미생물 전성시대 최종 편 미생물과 정신건강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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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omez de Agüero M, et al. The maternal microbiota drives early postnatal innate immune development. Science (2016) 351: 1296-1302.
(2) Browne HP, et al. Culturing of ‘unculturable’ human microbiota reveals novel taxa and extensive sporulation. Nature. 2016 May 4. [Epub ahead of print]
(3) Goodrich JK, et al. Genetic Determinants of the Gut Microbiome in UK Twins. Cell Host Microbe. (2016) 19: 731-743.
(4) Ramanan D, et al. Helminth infection promotes colonization resistance via type 2 immunity. Science (2016) 352: 60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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