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은 가능한가?
- 작성일
- 2020.08.17
- 작성자
-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 게시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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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2
알파고 인공지능이 세간의 큰 화제입니다. 급기야 알파고-이세돌 바둑 5연전 끝난지 단 4일만에 정부가 나서서 인공지능 분야에 향후 5년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알파고 컴퓨터 프로그램이 인간이 즐겨온 최고의 두뇌게임에서 최고수를 무너뜨림으로써 공상과학 소설과 영화에서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인공지능 인류접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다가옵니다. 이번 역사적인 사건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생각했던 직관력과 통찰력을 갖출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에 충격적입니다.
인공지능은 입력된 정보를 학습된 알고리즘으로 계산하여 결정합니다. 인간도 어느 면에서 보면 입력된 감각정보를 일련의 생화학적 정보처리 알고리즘을 통하여 계산하고 판단합니다. 생화학 정보처리 알고리즘은 우리가 익히 배운 감각신호의 수용과 전달, 그 결과로 나타나는 신경전달물질 또는 호르몬 등 자극에 대한 신체의 반응 네트워크로 감정으로 구현됩니다. 이는 유전적으로 장착된 것이고 항상 감각 신호를 대기하고 있기에 데이터의 입력과 동시에 작동합니다. 감정에는 크게 공포, 분노, 슬픔, 기쁨, 좋음, 싫음, 공감 등이 있으며, 이들은 주변으로부터 입력되는 감각정보가 그 개체의 생존이나 생식에 얼마나 유리하냐 불리하냐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계산하게 합니다. 포유동물이 활개치기 시작한 때 부터 따지면 거의 6천만년의 자연선택 과정에서 수많은 계산을 통해 우리의 몸에 물리적으로 고정된 진화의 결과물입니다. 우리의 희로애락을 포함 세세한 감정은 두발로 걸으려고 했던 유인원 조상이 지금까지 600만년간 수십만 세대를 학습하면서 최종 선발된 생화학반응 프로그램 집합체입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감정이나 마음을 해석하는 것이 ‘진화심리학’입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연쇄 살인마가 재판 최종심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인터뷰 합니다. ‘당신은 어찌 그럴 수가 있느냐?’ 그의 대답은 ‘밖에 나가 보면 사람이 너무 많다’ 였습니다. 이러한 싸이코패스에서 관찰되다시피 감정이 결여된 상태에서의 행동은 죄의식이 없고 무자비하고 잔인하며 자기중심적입니다.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은 소설이나 티브이 매체를 통해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감정개입이 없기에 냉철하며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합니다만, 그 판단 중에는 해가 되는 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IBM회사는 사람의 표정과 음성뿐만이 아니라 전자메일을 포함한 각종 글에서 감정을 읽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간의 감정을 읽고 적절히 대응하는 인공지능에게 우리의 복잡한 문제들을 판단하도록 맡길 수 있을 것 같으니 다행입니다. 감정을 인지하는 프로그램에서 더 나아가 감정을 느끼며 표출하는 인공지능이 가능할까요? 감정이 주변 입력 값을 계산하여 생존과 생식이라는 최종 출력물을 만들어 내는 프로그램 집합체라면 행복프로그램, 공포프로그램, 공감프로그램 등등을 짤 수 있을 것입니다. 입력은 의식주에 관련된 것들로 각각을 감정 카테고리에 할당하여 값을 매기고, 출력은 생존에 얼마, 생식에 얼마 등으로 값이 나오도록 프로그램을 만듭니다. 왕초보 수준의 발상이지만, 감정을 느끼는, 실제로 가진 것처럼 보이는, 인공지능이 언젠가는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이러한 인공지능은 공감할 수 있으며 개인적인 이해관계나 편견에서 자유로워 합리적이고, 보다 큰 틀에서 합목적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평상시 우리는 두뇌활동에 전체 에너지의 20% 정도를 할당한다고 합니다. 이세돌 9단은 바둑을 두는 5시간 동안에는 오직 계산만하면서 자신이 쓸 수 있는 에너지 거의 모두를 두뇌로 공급하였을 것입니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의식적인 부분 즉, 개인적인 부담감과 승부욕, 인간 자존감 회복에 대한 의지 등은 인공지능이 흉내내기 어렵습니다. 또 한가지, 인간 고유의 영역! 바둑 1, 2, 3국을 패한 후에 바둑 고수는 ‘이번 대국은 이세돌이라는 개인의 패배이지 인간의 패배는 아닙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너무 멋있습니다. 특정 경험에서 나오는 개인의 고유한 감정처리, 아무리 큰 빅데이터로 인공지능을 학습시켜도 넘볼 수 없는 영역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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