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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명의 역사45: 우리 안의 네안데르탈
작성일
2020.08.18
작성자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게시글 내용

2019-04-02


최근 들어 네안데르탈인에게 씌워졌던 선입감이 많이 해소됐습니다. 2018년 2월 출간된 ‘사이언스’ 논문은 스페인 동굴에 그려진 벽화는 사피엔스가 유럽에 도착하기 전인 6.5만년 전 네안데르탈의 작품임을 분명히 합니다. 무려 사피엔스보다 2.5만년이나 먼저 벽에 추상적인 사고의 증거물을 남긴 것이죠. 그들의 석기도 자세히 분석해 보니 대형 동물의 관절과 인대를 끊거나 살을 바르는 특화된 도구를 만들었던 것으로 드러납니다. 자작나무 껍질을 끓여 접착제를 우려냈으며, 이를 이용하여 창을 만들었습니다. 개인 장식품을 만들고 거기에 안료를 사용하여 무늬를 그려 넣었습니다. 노약자를 돌보았으며 매장 풍습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우리만큼 똑똑했습니다.


네안데르탈은 70만년 전 아프리카에 있었던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H. heidelbergensis)가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으로 퍼지면서 진화했다고 합니다. 기후가 비교적 온화했던 스페인과 프랑스 남서부에 그들의 생활상을 전해주는 대형 유적지가 발견됩니다. 이들은 시베리아 서부에도 들어갔고, 일부는 데니소바인으로 분화합니다. 데니소반이 네안데르탈과 갈라진 시점은 60만년 전으로 추정하지만, 토종 이렉투스 후손일 수도 있습니다. 데니소반은 남동 아시아를 거처 인도네시아와 파푸아 뉴기니까지 갔습니다. 2018년 시베리아 남서쪽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뼈의 유전체를 분석해보니, 네안데르탈의 어머니와 데니소반 아버지를 둔 여자아이의 유골이었습니다. 유전체 정보로 족보를 추적한 결과 어머니 네안데르탈은 멀리 크로아티아에서 시베리아로 시집왔고, 아버지 데니소반도 100 세대 이전 네안데르탈 조상을 두고 있었습니다. 네안데르탈은 유럽과 시베리아를 왕래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사피엔스는 7만〜6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나와 중동지역에서 네안데르탈과 접촉하고, 이후 유럽과 시베리아 포함 아시아 전역으로 진출합니다. 네안데르탈이 살았던 동굴에 사피엔스가 들어와 살았던 흔적이 발견됩니다.


우리 각자는 평균적으로 네안데르탈 유전체 2%를 가지고 있는데, 30억 염기쌍 중 6000만 염기쌍에 해당합니다. 4.5만〜0.7만년 전 사이에 살았던 유라시아인 유골 유전체를 분석해 보니, 초기 혼합비율은 6% 정도였다가 현행 2%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분석한 유골 모두가 단일 혼혈집단에서 유래한 것으로 간주하면, 네안데르탈 유전자는 비혼혈 집단을 만나면서 희석되기 보다는 자연선택 과정에서 없어졌습니다(음성 선택). 유럽에서는 한차례 더 네안데르탈 유전체 이입(introgression)의 증거가 있지만, 현생 유럽인에게까지 계승되지는 않았습니다. 즉, 4.2만년 전 루마니아에서 살았던 사피엔스(Oase1)는 네안데르탈 유전체를 6〜9%나 가지고 있는데, 거슬러 올라가면 그의 고조할머니가 네안데르탈입니다(나, 6.125% → 어머니, 12.5% → 할머니, 25% → 증조할머니, 50% → 고조할머니, 100%). 하여간, 과학자들은 처음 중동지역에서 네안데르탈 유전체 이입이 있은 후, 더 이상의 유입은 없었다고 봅니다. 서남 아시아계에는 데니소반 유전체 이입이 따로 있었습니다.


네안데르탈 유전자가 사피엔스의 진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이입 유전체가 배경 수준보다 더 많이 남아있으면 양성선택된 것으로 보며(적응적 이입, adaptive introgression), 이들에는 면역과 대사 관련 유전자, 그리고 여러 환경조건에 반응하는 유전자가 포함됩니다. 네안데르탈은 사피엔스보다 30만년이나 먼저 유럽에 도착해서 그곳 먹거리, 병원균, 기후에 적응했으며, 그러한 유전자들은 낯선 유럽생활을 해야 하는 사피엔스에게 유익했을 것은 당연합니다. 토종 세균을 인지하고 방어력을 갖추게 하는 톨-유사수용체(toll-like receptor, TLR)들이 한 예입니다. 바이러스 감염도 보호해 주었습니다. 2018년 10월에 ‘셀’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독감바이러스나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의 고대형(archaic forms)은 네안데르탈과 접촉하면서 사피엔스를 감염했고, 네안데르탈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던 사피엔스에게 자신의 방어책, 즉 바이러스 침입이나 생활사를 방해하는 단백질 유전자도 함께 주었던 것으로 나타납니다. 아프리카에 비해 부족한 햇빛 조사량을 만회하게 하는 피부색깔 관련 유전자도 바이타민 D 합성을 원활하게 하여 사피엔스 생존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데니소반이 전해 준, 저산소 조건에서 견디게 하는, EPAS1 유전자는 고지대 티벳 사람에게 특히 유용했습니다. 양성선택된 네안데르탈 유전체는 지역 또는 인종마다 다르며, 음성선택으로 사라진 유전체에 비하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빅데이터 시대 과학자들은 현대인의 유전체, 유전자형과 연관된 생활패턴과 여러 질병 관련 설문조사에서 얻어진 데이터로부터, 네안데르탈 유전체 이입 후 당분간 유용했는데 지금은 아닌 것, 혹은 진화과정에서 중립적이거나 별로 해롭지 않아 그냥 남겨두었는데 지금에 와서 말썽을 일으키는 것, 또는 자체로 해로운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냅니다. 예를 들면, 아시아인 25%는 네안데르탈에서 이입된 특정 지질운반체(lipid transporter)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빙하기 심한 기근상태에서도 견딜 수 있게 했습니다. 이 유전자는 지금에 와서는 많은 아시아인을 제2형 당뇨에 취약하게 합니다. 콜레스테롤 대사, 혈액응고, 자가면역질환, 피부각질질환, 그리고 다유전자성(polygenic) 질환인 우울증, 조현증 등에 관련된 유전자들이 네안데르탈에서 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울증 유전자는 낮이 짧고 밤이 긴 북유럽의 겨울 생활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입니다. 질환과는 관계없는 생활패턴에 있어서도 내가 고독형, 우울형, 혹은 올빼미형이면 내안에 있는 네안데르탈 DNA를 탓해도 좋습니다.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네안데르탈 유전체는 대체로 다유전자성 질환에 연루되어 있습니다.


네안데르탈 DNA는 우리 염색체에 골고루 퍼져 있지만, 유독 X 염색체에는 다른 상염색체에 비해 1/5 수준만 남아있습니다. 이는 네안데르탈 남성과 사피엔스 여성 사이의 교배가 보다 많았기 때문일 수 있으며, 여성으로만 전달되는 마이토콘드리아 유전체에 네안데르탈 혼합이 보이지 않은 이유를 설명합니다. 한편, 네안데르탈 유전자 이입이 있은 후 X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는 아주 강하게 음성선택됐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즉, 네안데르탈 X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가 사피엔스 유전체 배경에서 남성의 자식 생산력을 줄게 했다는 것이죠. 네안데르탈 X 염색체 이입 기회가 적었고, 혹 있었다 하더라도 신속하게 제거된 것 같습니다. 사람의 Y 염색체에도 네안데르탈 DNA 흔적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최근 네안데르탈 Y 염색체가 높은 정밀도로 분석되면서 그간 심증적으로 대두되었던 가설, 즉 사피엔스 엄마의 면역계가 혼혈 남자 아기에 대해 거부반응을 일으켜 태어날 수 없었다는 가설이 맞을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연선택 과정에서 제거된 네안데르탈 유전체 면면을 살펴보면 흥미롭습니다. 네안데르탈과 사피엔스 사이, 소위 이종교배의 결과로 자식의 생존율 및 생식력 감소(hybrid incompatibility, 잡종 비화합성)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이와 관련된 유전자들은 X 염색체에 끼어든 네안데르탈 DNA와 마찬가지로 신속하게 제거됩니다. 하지만 덜 해로운 유전자는 수천년에 걸쳐 서서히 제거되는 과정을 밟습니다. 이들 덜 해로운 유전자는 네안데르탈 유전체 배경에서는 (거의) 중립적이었다가 사피엔스 배경에서 해로운 효과를 발휘했는지 아니면 네안데르탈 배경에서도 해로웠는지 두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연구는 후자를 지지합니다. 네안데르탈은 사피엔스에 비해 효과적인 집단크기가 작았고, 그래서 유전적 부동을 겪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해로운 대립인자가 제거되지 않은 상태로 있게 됩니다. 이러한 해로운 유전자들은 큰 집단의 사피엔스 유전체에 이입된 후에는 엄격한 자연선택 검열을 받아 서서히 제거되었다고 봅니다(1). 이러한 음성선택 덕분에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네안데르탈 대립유전자 대부분은 자체로 별로 해롭지 않습니다. 다유전자성 질환의 경우, 유전자들 끼리 혹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작은 해로움을 주는 유전자가 효과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한편, 해로운 네안데르탈 유전자의 활동을 제한하는 방법도 동원됩니다. 최근 발생분화 별, 또 기관조직 별 유전체의 발현 양상을 분석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몇몇 네안데르탈 대립인자는 고환과 뇌에서 사피엔스 대립인자에 비해 발현이 덜 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2). 소뇌와 대뇌 기저핵(basal ganglia)에서 특히 그러했는데, 논문 저자는 네안데르탈 이입이 있고 난 후에 뇌 조직에서 네안데르탈 대립인자의 활성을 떨어뜨리는 돌연변이가 다른 어떤 조직에서 보다 빨리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진화는 뇌활성에 관한 한, 오랜 시간이 들이면서 해로운 유전자를 제거하는 대신에 급하게 그들의 활성을 떨어뜨리는 전략을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현재 그 변이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지만 사피엔스 특이적인 변이일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네안데르탈 것으로 의심되는 유전자는 NTRK2(neurotrophic tyrosine kinase 2)로 우울증, 자살시도, 어눌함, 비만, 자폐, 니코틴 중독 등에 연루되어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네안데르탈과 갈려진 이후에 사피엔스 계열에서 집중적으로 선택적 몰이(selective sweep)가 일어난 지역, 바로 그 지역에 NTRK2가 있습니다. 네안데르탈 NTPK2의 발현을 억제하는 변이가 사피엔스 두뇌혁명 과정에서 편승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genetic hitchhiking). 한편, 고환에서 발현이 줄어든 네안데르탈 유전자에는 정자 운동에 관여하는 DNAL11 모터단백질이 있습니다. 고환에 이 유전자의 발현이 높으면 정자 활성이 약화된다고 봅니다. 질문은 이렇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네안데르탈 대립유전자가 아직껏 우리 유전체에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뇌나 고환 이외의 지역에서는 그리 해로운 효과를 나타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들을 제거하기 보다는 해롭게 작동하는 조직에서만 발현을 억제시키는 방법을 택했다고 봅니다. 후성유전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의 염색체에 네안데르탈 유전체가 발견되지 않는 불모지가 있습니다. 10 Mb 이상 네안데르탈 DNA 불모지는 18군데 존재하며 데니소반 불모지는 63개 있습니다. 강하게 음성선택된 지역으로 혼혈 남자의 자식 생산력 감소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있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다르게 생각하면, 이 영역에는 그야말로 네안데르탈과 구별되는 사피엔스 특이적인 유전자가 있는 곳일 겁니다. 예를 들면, 7번 염색체에는 FOXP2가 바로 네안데르탈 불모지역에 있습니다. 비록 네안데르탈도 우리와 같은 돌연변이형 FOXP2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의 FOXP2 유전자를 쓰지 않고 자기 것을 고집했습니다. FOXP2 유전자 근처에 있는 사피엔스 특이적인 유전자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불모지를 분석해보니 네안데르탈 것과는 다른 아미노산으로 치환된 92개의 유전자가 있으며, 그중 3개는 세포분열 과정에서 방추사(spindle fiber)의 활성을 조절하는 유전자입니다. 이들은 신경 줄기세포의 증식과 분화에 관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차후 이와 관련하여 어떤 연구결과가 나올지 기대됩니다.


정리해 봅니다.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로부터 얻은 이로운 유전자는 많지 않았습니다. 이종 교배로 인한 생식력 감소라는 부담을 떠안았고, 네안데르탈이 가지고 있었던 많은 해로운 유전자를 제거하느라 오랜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지금도 사피엔스는 당뇨 포함 여러 대사진환, 신경 및 정신질환에 시달립니다. 이들을 모두 네안데르탈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지금 지구에 네안데르탈 혼혈 계통이 비혼혈 계통보다 훨씬 많습니다. 네안데르탈 유전체 이입 초기에는 분명 혼혈 사피엔스가 비혼혈 사피엔스가 보다 훨씬 적었을 터인데 말입니다. 네안데르탈에서 얻은 유용 유전자의 수는 적었지만, 그들의 효과는 혼혈 그룹의 생존에 영향을 크게 주었습니다. 그중의 으뜸이 면역방어에 관계된 것입니다. 질병만큼 종의 생존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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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Juric I, Aeschbacher S, Coop G (2016) The Strength of Selection against Neanderthal Introgression. PLoS Genet 12(11): e1006340. https://doi.org/10.1371/journal.pgen.1006340

2. Rajiv C. McCoy et al. Impacts of Neanderthal-Introgressed Sequences on the Landscape of Human Gene Expression. Cell 168, ISSUE 5, P916-927.E12, FEBRUARY 23, 2017. DOI:https://doi.org/10.1016/j.cell.2017.01.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