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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폐와 남성호르몬
작성일
2020.08.18
작성자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게시글 내용

2016-08-27

요즘은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이야기를 하는 것은 여전히 조심스럽습니다. 이분법적 두뇌발달 구조측면에서 보면, 상대방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공감하는(empathic) 여자의 뇌와 상대방을 아랑곳하지 않고 상황을 자기 쪽에서만 해석·구성하는(systematizing) 남자의 뇌 둘로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자폐는 여자보다 남자에서 4배 정도 더 많이 나타나며, 지나치게 편향된 남자의 뇌(extreme male brain) 때문이라는 가설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남자들은 자폐성 뇌를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원래 태아는 어떤 간섭이 없으면 여자로의 발달과정을 따릅니다. 그 과정에서 Y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 활동과 함께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 작용하면서 원래의 경로를 이탈하여 남자로 됩니다. 이때 뇌의 발달도 그러한 과정을 거칩니다. 대체로 쥐를 이용한 연구로 밝혀졌는데, 수컷배아는 초기에는 디폴트 암컷 발달과정을 밟다가 수컷으로의 경로 이탈과정에 들어설 즈음 테스토스테론이 만들어지면서 신체적인 측면에서뿐만이 아니라 뇌의 지시에 따르는 행동적인 측면에서도 수컷의 특징을 갖추게 됩니다. 이는 고환에서 만들어진 테스토스테론이 뇌로 들어가 여성화 과정(feminization)을 틀어 탈여성화(defeminization)시키기 때문이며, 이때 아이러니하게도 테스토스테론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estrogen)으로 바뀌어 뇌의 남성화(brain masculinization)를 도모합니다.


사람도 그럴까요? 우리도 포유동물의 신체적 행동적 발달과정의 큰 틀에서 벗어 날 수 없다고 봅니다.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지만 유전적 또는 여러 발달장애로 성징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을 살펴보면, 테스토스테론이 태아의 남성화 뇌구조 형성에 영향을 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쥐와는 다르게 테스터스테론이 뇌에서 에스트로젠으로 전환되어 그런 작용을 할 뿐만이 아니라 많은 부분은 테스토스테론 그 자체로도 남성화 두뇌구조를 갖추게 합니다. 뱃속 남아는 25살 청년만큼이나 많은 테스토스테론을 만든다고 합니다. 가히 작은 테스토스테론 생산기계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 가설은 태아가 만드는 테스토스테론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남자두뇌로 편향된 뇌를 가지며 결국 커서 자폐증을 앓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설을 증명하는 실험 즉, 사람의 태아를 다루는 실험이 가능할까요?


여기에 도전한 사람이 캠브리지 대학의 Simon Baron-Cohen박사입니다. 태아가 잠겨있는 양수에서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되는데, 그것의 대부분은 태아가 만들어낸 것임을 Baron-Cohen 박사는 주목합니다. 그의 연구진은 인간대상 실험윤리를 준수하면서 임신한 엄마의 양수를 채취하기 시작합니다. 500명이 넘는 임신모의 양수에서 테스토스테론 양을 재고, 각각의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기들의 인지, 언어, 행동 등 여러 뇌발달 특징들을, 태어난 지 24시간 후부터 시작하여 10살 정도까지 추적합니다. 2009년 태아의 테스토스테론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남자두뇌의 전형적인 특징인 자폐성을 보이게 된다고 보고합니다. 2015년에는 1993-1999년 덴마크에서 태어나 자폐증 확정진단을 받은 남자아이 128명을 대상으로, 그들이 태아시절에 만들어 놓은 테스토스테론의 양과 자폐증 발병과의 상관성을 보여줍니다(1). 자폐가 남자 아이에서 많이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연구로 주목을 받습니다.


선천성 부신 과증식(congenital adrenal hyperplasia, CAH)이라는 유전병이 있습니다. 테스토스테론은 여자에서도 적은 양이지만 부신피질(adrenal cortex)에서 만들어지는데, 스테로이드 호르몬 합성과정에 유전적 변이가 있게 되면 중간 물질인 테스토스테론 수준이 남성 버금가게 높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CAH 여자의 경우 태아때 자신이 생산한 과량의 테스토스테론 때문에 모호한 생식기를 갖고 태어납니다. 경미한 유전적 변이의 경우 비전형적 CAH를 겪게 되는데, 남자와 비슷한 얼굴이나 체모, 월경불순이나 불임 등의 문제를 겪을 수 있으며 남성으로 그의 정체성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태아시절 테스토스테론에 의해 남자두뇌로 발달했기 때문이며, 이들은 자폐 증상을 보입니다.


테스토스테론만이 자폐 소지를 가진 뇌로의 구조 형성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고, 태아프로그래밍(fetal programming)의 일환으로 다른 환경요소와 연합하여 관련 유전자들의 쓰임새를 조절할 것입니다. 최근 13명의 자폐환자 사후 두뇌조직을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됩니다(2). 자폐 뇌는 테스토스테론을 에스트로겐으로 바꾸어주는 효소의 양이 38% 줄어있었고, 에스트로젠 활성을 매개하는 에스트로젠수용체β 발현양도 35% 정도 줄어들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자폐 뇌에는 테스토스테론이 좀더 많이 남아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뇌로 들어가는 태아의 테스토스테론 중에서 에스트로젠으로 전환되어 사용되는 부분과 테스토스테론 자체로 사용되는 부분 사이에서의 불균형이 자폐 뇌로의 발달에 관여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엄마에서 공급되는 에스트로젠의 역할이 감소되어 그럴 수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태아가 자체 생산한 테스토스테론과 엄마에게서 온 에스트로젠의 복합작용을 점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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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 Baron-Cohen et al., Elevated fetal steroidogenic activity in autism. (2015) Molecular Psychiatry 20:369-376

(2) A Crider et al., Dysregulation of Estrogen Receptor beta (ERβ), Aromatase (CYP19A1) and ER Co-activators in the middle frontal gyrus of autism spectrum disorder subjects. (2014) Molecular Autism 5:4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