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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최초 생명의 흔적을 찾아서
작성일
2020.08.18
작성자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게시글 내용

2016-09-11


지구의 나이는 45억년입니다. 지구가 만들어지고 난 후 얼마나 지나서 생명체가 나타나게 되었을까요? 생명의 기원을 알아보기 위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70년대 과학자들은 지금부터 10억년전 즈음으로 생각했습니다. 요즘은 이보다 한참 전인 37억년 이전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는 가장 오래된, 그것도 아름다움과 생물학적인 가치를 지닌 화석을 찾아내려는 경쟁의 결과로 나온 수치입니다. 생명의 형태를 보존하고 있는 화석 중 가장 오래된 화석은 34억년전 것으로 현존하는 비산소성 광합성 퍼플 박테리아(purple bacteria)와 유사한 세균이라고 추정합니다. 생명의 형태를 갖추진 않았지만, 미생물이 군락을 이루며 살았던 생태계의 흔적이 남겨진 화석은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 암석으로 34.8억년전 것을 최고(最古)로 칩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미생물 산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얕은 물 바닥에서 얇게 퍼져 자라는 미생물(주로 광합성 세균)은 그들이 분비하는 끈적한 물질에 작은 알갱이들이 붙어 광물 층을 형성합니다. 그 위로 다시 미생물 층이 덮이고 다시 광물 층이, 이를 반복하면서 만들어진 여러 겹의 미생물 생태계를 스트로마톨라이트라 합니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살아있는 담수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넓이가 수 km2 높이가 수 m에 달해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명체라 할 수 있습니다. 호주 서부 샥스 만(Shark Bay)의 하멜린 호수(Hamelin Pool)에는 1000여년 전부터 광합성 남조세균(cyanobacteria)에 의해 만들어진 살아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있습니다. 샥스 만의 독특한 지정학적 조건 때문에 염도가 높아져 바닥에서 자라는 남조세균을 잡아먹는 동물들이 살 수 없었기에 스트로마톨라이트 형성이 가능했습니다. 수십억년 전 아주 먼 과거의 스트로마톨라이트도 그러한 모양새를 갖추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화석화된 스트로마톨라이트 암석은 전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하며 우리나라 경산지역에서도 발견됩니다. 한편 스트로마톨라이트 암석은 비생물학 과정에 의해서도 만들어지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35억년이나된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에서 그것이 지구의 초기 생명의 생태계를 반영한 것인지를 알아내는 데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수억년전 정도의 화석은 그나마 쉽습니다. 그 안에 유기물을 분석하면 되니깐요. 그러나 30억년 이상이 된 것은 장구하고 지속적인 지구활동으로 인하여 그 안의 유기물은 탄소만을 남긴 채 모두 없어지기에, 첨단장비와 독특한 아이디어를 동원해야만 증명이 가능합니다.


가장 오래된 생명의 흔적을 가진 화석을 찾으려면 지구의 암석 연대를 파악해야 합니다. 지질학자들은 지구가 만들어진 이후 수천만년 이내에 화성 크기의 행성 테이아(Theia)가 충돌하여 지구에 흡수되고 그 부스러기가 모여 달이 되었다고 추정합니다. 이후 지구는 40-38억년 사이 소행성과 혜성에 의해 대거 융단폭격 당했습니다. 달에는 그러한 흔적이 남아있지만 지구는 껍데기 지각이 각고의 세월 동안 좌우로 움직이고 위아래로 뒤섞였기 때문에 그 흔적이 사라졌습니다(plate tectonics, 판구조론). 38억년전의 지구는 물에 잠긴, 군데 군데 화산섬이 있는, 하늘에서는 계속 불덩이가 날아들고, 바다 밑에서는 격렬한 화산활동으로 온갖 가스가 분출되어 대기가 검붉게 물듭니다. 산소는 거의 없고 이산화탄소, 수소가스, 황화수소가스, 암모니아 가스로 가득 찬 그야말로 유황불이 가득 찬 지옥이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명이 바다 밑바닥에서 움텄다고 생각하는데, 그 시기는 지옥 같은 환경 조건이 어느 정도 수그러질 즈음인 37억년전일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아주 한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추측합니다. 따라서 초기생명의 흔적을 찾으려면 37억에서 34억년전의 암석을 살펴야 합니다. 그리 오래된 암석은 풍화되거나 지각 활동으로 뒤섞여 사라지기에 지표면에 남아있는 지역은 아주 드뭅니다. 그린랜드의 이수아 그린스톤(Isua greenstone) 지역이 38억년전, 서부 호주의 필바라 크레이톤(Pilbara Craton)과 남아프리카의 카프발 크레이톤(Kaapvaal Craton)이 35억년전의 암석을 드러내고 있는 지대입니다. 현재 과학이 인정하는 가장 오래된(35-34억년 전) 생명 화석은 서호주 암석지대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 이후의 화석도 35억년전에는 한 대륙으로 붙어있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서호주와 남아프리카 두 지역에서 나왔습니다. 38억년전 그린랜드의 이수아 지역에서는 생명 활동을 증거하는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며칠 전 8월 31일 nature 온라인 판에 호주 Wollongong 대학 과학자들은 그린랜드 이수아 지역, 그 중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새로이 노출된, 지각 활동으로 인한 물리화학적 변성을 덜 받은 암석에서 37억년된, 생물 활동의 결과로 형성된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을 찾았다고 발표합니다(1).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37억년전에 생명은 이미 지구 곳곳에서 번성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서호주/남아프리카 지역뿐만이 아니라 한참 떨어진 그린랜드에서 미생물 생태계가 그것도 호주지역보다 2-3억년 먼저 있었던 것으로 간주되니깐요. 복잡한 스트로마톨라이트 생태계를 이루기까지의 진화 시간을 고려하면 생명은 37억년 한참 전인 40억년 이전에 시작하였을 것으로 호주 연구팀은 주장합니다. 이는 유전자 진화 분자시계로 계산된 시기와 비슷합니다. 2015년 UCLA 과학자들은 서호주 잭힐스(Jack Hills) 지역에서 나온 41억년된 암석에 형성된 미세한 지르콘(zircon) 결정의 흑연성분 탄소가 생물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며 생명의 출현을 41억년전으로 앞당겨 논란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2).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면, 지구는 45억년전 만들어진 이후, 당시의 불덩이 용암 상태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빼면 불과 수억년 이내에 태양계에서 공급된 유기물질로부터 모든 생명의 공통조상인 LUCA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가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많은 과학자들의 생각보다 훨씬 일찍 그리고 쉽게 생명이 탄생했을 것임 말해줍니다. 그렇다면 우주에도 생명은 아주 흔하게 있지 않을까요? 1974년 노벨상 수상자인 벨기에 태생의 크리스티앙 드 뒤브(Christian de Duve)는 ‘생명은 조건이 적당하기만 하면 어느 곳에서나 출현할 수 밖에 없는 물질의 의무적인 발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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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P Nutman, et al., Rapid emergence of life shown by discovery of 3,700-million-year-old microbial structures. (2016) Nature, DOI: 10.1038/nature19355.

(2) EA Bell, et al., Potentially biogenic carbon preserved in a 4.1 billion-year-old zircon (2015) Proc. Natl. Acad. Sci. USA. 112: 14518–14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