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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명의 역사34: 포유류 시대(4)-내온성 진화
작성일
2020.08.18
작성자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게시글 내용

2018-08-16

 

이번 글은 『생명의 역사 25, 공룡 외온성 혹은 내온성』의 연장입니다. 외온성 전략에 비해 내온성 대사전략이 가지는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이미 아는 것으로 간주하고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내온성 대사전략을 구사하는 동물은 포유류와 조류로, 각기 독립적으로 내온성을 진화시켰습니다. 포유류에서는 단궁류(synapsids)로 분류되는 외온성 포유류-유사 파충류가 페름기 어느 시점에 내온성으로 대사전략을 바꾸기 시작했고, 페름기 말 멸종 사건 이후 삼첩기 춥고 건조한 시기를 넘기는 과정에서 본격 내온성을 획득했다고 봅니다. 조류는 수각류(theropoda) 공룡이 몸집을 줄이는 과정에서 중생대 백악기 말에 이르러 내온성을 획득했습니다(생명의 역사 28 참조). 이들 두 부류는 신생대로 들어가면서 내온성이 주는 장점을 십분 살려 빠르게 적응 방산합니다. 파충류에서 포유류나 조류로 진화하는 과정이 내온성으로의 전이여정으로, 그 사이 동물은 자신의 체형과 생활사전략 그리고 달라지는 환경에서 저비용 외온성과 고비용 내온성 사이를 견주며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과거 40년간 많은 진화학자들이 내온성으로 전환이 일어나게 한 동력, 즉 자연선택 압력이 무엇인지를 추적하였습니다. 여러 가설을 설정하여, 실험을 통해 또 화석분석을 통해, 증명하려 했지만, 만족스러운 결론을 이끌어 낼 수가 없었습니다. 동물은 그때 그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면, 내온성 진화에는 여러 근접요인(proximal causes)이 있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비용에 대해 대단히 민감한 동물은 여러 시도와 망설임 끝에 외온성으로 남느냐 내온성으로 가느냐 둘 중 하나를 결정하였습니다.


내온성 동물은 자체가 난로입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연료를 더 태우고, 날씨가 더워지면 몸을 식힐 곳을 찾아 활동을 줄입니다. 능동적으로 자신의 몸을 식힐 수도 있는데, 이때도 연료를 태워야 합니다. 기온이 자기 적정 체온 이상까지 올라가는 상황에서도 내온성 동물은 연료를 더 태워 자기 체온을 주변 온도보다 높여야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이는 진화적 해결책으로, 적응속도가 평균 기온 상승속도보다 빠를 때만 가능합니다. 열생산 해결책을 찾지 못한 동물은 더워진 몸을 식힐 수 없어 멸종합니다. 하여간, 내온동물은 추워져도 연료를 태우고 더워져도 연료를 태웁니다. 무조건 연료를 태워 체온을 주변 온도 이상으로 올리고 자연적으로 식게 하는 체온조절(thermoregulation) 구조입니다. 이러한 체온조절시스템이 자신을 난로화 하는 내온성을 진화시켰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를 ‘체온조절가설’이라 합니다. 그러면 높은 체온 유지에 드는 비용을 감수할 만큼 큰 이득이 있어야 하는데, 그 이득은 서식지 확장, 안정된 배아발달, 두뇌발달 등 입니다. 이러한 이득들은 체온조절 시스템이 갖춰지면 얻어진다는 것이 이 가설의 핵심입니다.


진화학자들은 체온조절시스템 자체가 자연선택 대상으로, 어떻게 선택이 일어나는가에 대해 두 가지 상황을 상정합니다. 하나는 몸집축소이고 다른 하나는 야행성 생활방식입니다. 포유류나 조류의 조상은 외온성이었지만 큰 몸집을 가지고 있었기에 주변보다 높은 체온을 유지했습니다(ectothermic homeotherm). 몸집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체온손실을 막고자 털을 진화시킵니다. 그런데 중생대 기온이 꾸준히 올라가는 상황에서 주변보다 체온을 더 높게 유지해야 했고, 그래서 자체 열생산 시스템 진화시킬 수 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야행성 생활방식으로, 마찬가지 논리입니다. 포유류-유사 파충류가 기온이 떨어지는 밤에 활동하게 되면서, 낮 동안 덥혀진 체온을 뺏기지 않도록 털을 진화시킵니다. 이들이 야행성을 버리고 낮에 활동하게 되었을 때, 체온을 낮 온도 보다 높게 해야 했기 때문에 내온성이 진화했다는 것입니다. 조류에서의 내온성 진화는 몸집축소로 인한 체온조절 필요성 때문임이 설명되지만(생명의 역사 28 참조), 포유류의 경우는 진화과정에서 지속적인 몸집축소 경향이 없었기에 적용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야행성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화석 증거에 의하면 야행성에 들어간 조상은 이미 내온성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동물이 산소호흡을 통하여 연료를 항상 태우는 대사전략을 채택한 이유는 체온을 주변보다 항상 높게 유지하려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근육운동에 필요한 ATP를 항상 공급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는 포유류의 내온성 진화를 설명하는 가설로, 자연선택은 체온조절보다는 근지구력 즉, 피로를 느끼지 않으면서 부하에 대항하여 근수축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을 표적으로 삼아 높은 호기성 호흡량을 보이는 개체를 선호합니다. 그러한 개체는 자연적으로 기초 대사량이 높을 것이고, 그러면 열이 많이 만들어져 체온이 증가한다는 것이죠. ‘호기성호흡용량(aerobic capacity)가설’이라 부릅니다. 강한 지구력을 가진 동물은 먹이 획득, 서식지 방어, 짝 선택 등 생존과 생식 관련 무엇이든지 유리합니다. 여러 화석들은 내온성이 진화하기 이전에 포유류 조상은 점차 체력향상이 있었음을 증거합니다. 어기적거리는 사지에서 달리기에 적합한 사지와 척추, 몸통 전체를 감싸는 갈비뼈에서 복부 갈비뼈 축소, 날숨 때 수분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굴곡진 코선반(respiratory terminals), 횡격막 등으로 모두 분주한 움직임에 따른 호흡량 증가를 대변합니다.


호기성호흡용량 가설의 핵심은 최대 호흡량을 보유한 개체는 기초 대사량이 따라 증가해 있다는 것입니다. 즉, 높은 체온을 유지하게 하는 기초대사량 증가는 자연선택의 부산물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최대 대사량과 기초 대사량 사이에 생리적 유전적 연결고리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 가설의 문제점입니다. 최대 호흡용량은 순전히 근력에 의존하지만, 기초 대사량은 안정을 취한 상태에서의 내장기관(위, 내장, 심장, 허파, 콩팥) 및 두뇌활동에 의한 것입니다. 과거 30년동안 운동생리 연구에 의하면 호흡용량 가설을 지지하는 연구결과와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반반입니다. 그런데 좀더 들어가 보면 그럴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지속 가능한 스테미너에 요구되는 근력은 단위 부피 내에 얼마나 많은 마이토콘드리아가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여기에 근육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마이토콘드리아를 잔뜩 집어넣을 수 없습니다. 근육만이 아닙니다.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도 들어가야 합니다. 즉, 단위 부피 내에 마이토콘드리아, 근섬유, 혈관이 어느 정도의 비율로 있어야만 최대 스테미너가 나오느냐는 동물 종마다 또 같은 종에서도 개체마다 다릅니다. 그리고 동물 종마다 기초 대사량도 다르며, 이 값은 환경에 민감합니다. 그러니 최대 대사량과 기초 대사량 사이의 관계는 일관성없이 들쭉날쭉합니다.


표유류의 내온성 진화에 대해서는 체온조절가설이건 호기성호흡용량가설이건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그래서 체온조절 자체보다는 체온조절의 이득에 초점을 맞춘 가설이 등장합니다. 자연선택의 대상을 ‘안정된 배아발달과 건강한 새끼출산’으로 보는 것입니다. 외온성 버마비단뱀(Burmese python)은 알을 부화시킬 때 똬리를 틀어 알을 품고 근육을 떨면서 주변보다 5도 이상 체온을 높여 건강한 새끼를 부화시킵니다. 이러한 적응에 근거하여 부모의 ‘새끼돌봄(parental care)가설’이 제안됩니다. 버마비단뱀과 마찬가지로 포유류-유사 파충류도 임신기간 중에만 내온성 대사를 채택하다가 상시적으로 내온성 전략을 구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호기성호흡용량 가설과도 융합합니다. 자연선택은 어린 자식에게 안정적인 먹이공급과 포식자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지구력을 선택하였고, 지구력 선택이 체온조절을 이끌고, 이어서 내온성을 이끌었다는 개념입니다. 동물은 번식기에 들어가면 대사율을 높이고 열손실을 줄여 주변보다 체온을 높게 유지합니다. 체온유지나 지구력 향상은 어미가 새끼를 건강하게 낳고 잘 키우려는 선택의 부산물입니다. 포유류와 조류 모두에서 내온성 진화를 설명할 수 있는 그럴 듯한 가설입니다. 문제는 부모의 새끼 돌보기 같은 행동 적응은 화석 증거를 남기지 않기 때문에 마땅히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최근 안데스 산맥에 서식하는 테구(tegu) 도마뱀은 동면이 끝나면 번식기로 들어가는데, 이때 내온성 대사전략을 채택하여 체온을 높인다는 사실이 알려집니다(1). 악어나 코모도도마뱀도 임신기간 중에 체온을 증가시킵니다. 이들은 큰 몸집에 따른 항온동물이기에 번식기 체온증가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테구도마뱀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들은 2kg 정도로 몸집이 작아 열손실이 많습니다. 조상 포유류도 이 정도 크기였다고 봅니다. 이같이 작은 동물이 번식기에 들어서 알을 배고-낳고-품는 총 75일 동안 대사량을 증가시켜 체온을 주변보다 5도이상 심지어 10도까지 높게 유지합니다. 놀랍지 않나요? 수컷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면을 마치면 테스토스테론이 급격히 증가됩니다. 그에 따른 이차 성징의 하나로 턱 근육이 불어납니다. 이들은 열심히 짝을 찾은 후 자기 영토를 방어하고 먹이를 분주히 찾아 나섭니다. 테구도마뱀은 버마비단뱀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내온성을 넘어 조건부 선택적 내온성 (facultative endothermy) 대사전략을 구사합니다. 선택적 내온성은 단공류 포유류인 가시두더지에서도 볼 수 있는데, 번식기에 이르면 대사량을 증가시킵니다. 이들은 좀더 내온성에 치우쳤기에 원시내온성(proto-endothermy) 동물이라 부릅니다. 버마비단뱀, 테구도마뱀, 그리고 가시두더지에서 나타나는 대사전략은 내온성을 단계적으로 획득해가는 포유류 진화의 스냅샷입니다. 이로써 새끼에 대한 부모의 투자 동기가 내온성 진화의 단일 근접요인으로 대두됩니다.


내온성은 많이 먹고 많이 배출합니다. 내온성은 생태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동물에게 당장의 경쟁력을 가지게 합니다. 동물이 에디아카란기 말에 좌우대칭 운동성을 가지게 되면서 피식-포식의 피곤한 경쟁에 몰렸고, 그러한 경쟁이 캄브리아기 생명폭발을 가져옵니다. 이들 중 일부는 중생대로 들어서면서 내온성 대사전략을 채택해 근력과 지력을 급속히 발달시킵니다. 결과로 그들은 목표지향적인 또 지속적인 힘찬 운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외온성 혹은 내온성 선택이었습니다. 내온성은 동물에게 느긋한 삶을 포기하고 피곤한 삶을 살아가라고 강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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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J. Tattersall et al. Seasonal reproductive endothermy in tegu lizards. Sci. Adv. 2: e1500951,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