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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9 기해년 황금 돼지 해를 맞이하여
작성일
2020.08.18
작성자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게시글 내용

2019-01-03


2019는 기해년 황금 돼지해입니다. 복돼지라하여 우리 문화권에서 돼지는 복을 상징합니다. 복이라 함 종종 혼돈해서 쓰이는, 그렇지만 엄연히 다른, “좋은 운”과 “행복”을 말합니다. 돼지는 좋은 운을 가져다 주는 동물입니다. 운은 무작위로 주어지는 것으로, 내가 어쩔 수 없습니다. 사실, 우리들은 보다 많이 가지고 싶고, 보다 앞서 나가고 싶어 합니다. 그러한 욕망이 나와 사회와 국가의 발달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러한 생각에 지나친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경우입니다. 그러한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자기에게 주어진 운이 노력의 댓가이며, 주어진 운을 자기 것으로 만들 지 못하는 것은 “게으름” 때문이라고 치부합니다. 여기에 “돼지”가 있게 됩니다. 서구적인 가치로 돼지를 보는 시각은 욕심, 태만, 더러움, 무책임, 호색 등 거의 모두 부정적입니다. 우리와는 조금 다릅니다.


돼지는 먹을 만큼만 먹습니다. 생활 터전에서 대소변 자리를 구별할 만큼 깨끗합니다. 새끼들은 장난치며 즐겁게 놀면서 사회성을 훈련합니다. 밝혀진 바에 의하면 가장 많은 냄새 수용체를 가진 동물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의 인지 능력을 발휘하는 데에 있어서 시각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실험에 의하면 냄새가 배제된 상태에서 사람의 뒷모습 영상만으로 익숙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한다고 합니다. 뛰어난 시각 정보 처리 능력을 말해줍니다. 사회성 역시 뛰어납니다. 그들은 동료를 이용하며 속이기도 합니다. 하여간 돼지는 개, 코끼리, 고래, 챔팬치 포함 똑똑한 동물 다섯 중 하나입니다.


돼지는 농경 사회로 진입한 이후, 10000-9000년전에 터키 지역에서 시작하여 남중국 포함 여러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가축화되었습니다. 2007년 네이쳐 논문에 의하면, 야생 멧돼지는 중국에서 유럽으로 퍼져나갔다고 합니다. 2013, 2015네이쳐 지네틱스 논문에 의하면, 여느 동물의 가축화 과정과는 다르게 꾸준히 야생 멧돼지의 유전적인 기여가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 유럽에서는 방목 형태로 돼지를 사육했었습니다. 특별히 놀라운 부분은 X 염색체 14 메가베이스나 되는 영역에 이미 멸종된 멧돼지의 유전적 흔적이 고스란히 북중국 돼지나 유럽산 돼지에 보존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 영역은 무려 8백만년이나 오래된 것으로 멸종된 멧돼지 유전체에서 온 것입니다. 가축화 과정에서 특정 성질 즉, 큰 몸집이나 많은 새끼 수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휩쓸려 선택된 영역으로 판단됩니다. 그 영역이 무엇을 지시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비암호화 RNA 발현 조절에 관여한다고 추정합니다.


돼지는 오로지 고기 생산을 위해 큰 몸집과 많은 새끼 수에 중점을 두어 사육되었습니다. 양순함 역시 선택의 대상이었겠지만 집돼지는 멧돼지의 야생성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돼지의 높은 지능은 가축화 과정에서 길들이기 좋은 양순함 선택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더 많은 집단 개체수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선택된 것인지를 구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다 큰 무리를 유지하려는 동력이 인간의 지능을 향상시켰듯이, 돼지의 높은 지능은 한정된 지역에서 많은 개체수를 유지하려는 인간의 욕심에서 나타난 소위 선택의 부산물일 수 있습니다. 요즘 우리를 탈출한 집돼지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야생 멧돼지들과 짝짓기하여 야생성과 번식력이 강화된 그리고 큰 몸집의 혼혈 돼지가 늘어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더 높은 지능을 가지면서 진화한다면 실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돼지해에 좋은 복 이외에 또다른 복인 행복에 대해 언급하겠습니다. 행복은 내가 주체가 되어 내면에서 만들어가는 복입니다. 톨스토이는 말했습니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비슷한 행복의 근거를 가지지만, 불행한 가족은 저마다 다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다. 개인의 행복 역시 그런 것 같습니다.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행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불행 요소를 인정하고 수용하고 타협하면서 심리적인 행복을 찾는 것입니다. 생명진화의 역사를 보면, 진화의 결과는 다른 선택 조건에서 불일치와 부조화를 수반하지만, 생명은 대체로 타협적인 맞교환으로 해결해 왔습니다. 여러 부조화를 심리적으로 조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