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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명의 역사35: 신생대 기후변화와 최초 사람류 등장
작성일
2020.08.18
작성자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게시글 내용

2019-02-11


앞선 4회에 걸친 ‘생명의 역사’ 글에서 포유류의 유도형질(derived characters)*이 진화한 과정을 다루었습니다. 신생대는 6600만년전에서 258만년전까지를 5개의 세(epoch으로 접미어 -cene 사용; 팔레오세, 에오세, 올리고세, 미오세, 플라이오세)로 나누고 258만년전에서 지금까지를 2개의 세(플라이스토세, 홀로세)로 나눕니다. 팔레오세(Paleocene, 0.66-0.34억년전) 초기에는 K-Pg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생명이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며 조용히 지내다가 기온이 따뜻해지기 시작하여 적응방산합니다. 기온 상승은 두 번째 에오세(Eocene, 0.56-0.34억년전) 초반에 이르러 절정을 이룹니다(Paleocene- Eocene thermal maximum, PETM)(그림 1). 과학자들은 기온상승의 이유를 팔레오세 후반에 해저에 얼어있던 메탄 수화물이 녹아 대기중으로 방출되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어떻게 메탄 수화물이 녹기 시작했느냐? 백악기 말에 북극해는 민물 호수였습니다. 팔레오세에 아이슬랜드와 그린랜드, 그리고 유럽 사이에 단층이 생기면서 그 민물이 북대서양으로 유입됩니다. 그 결과 해수 순환과 염도 변화에 따라 메탄이 가스로 방출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최근 가설로 증명과정에 있으며, 현재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일어나는 기후 변화와 유사점이 있습니다.


에오세 초기 아프리카에서 떨어져 나온 인도가 아시아와 충돌했고, 인도대륙을 타고 온 아프리카 동물들이 북반구에 퍼져 유라시아에서 독립적으로 방산한 포유류와 섞입니다. 이때문에 포유류는 진화계통을 따져 정리하기가 좀 난해합니다. 최근 분자계통학이 접목한 분류법은 4개의 족(clade) 혹은 상목(superorder)을 둡니다. 이들에는 (i) 판게아 남반부에서 기원하여 아프리카와 아라비아반도에 까지 퍼진 동물족(Afrotheria: 예, 코끼리), (ii) 남아메리카의 동물족(Xenarthra: 예, 나무늘보), (iii) 판게아 북반부 로라시아에서 유래한 유럽, 아시아, 북아메리카의 동물족(Lauasiathera: 예, 발굽동물, 앞발톱을 가진 육식동물, 고래, 박쥐 등), 그리고 (iv) 또 다른 유라시아 동물족(Euarchontoglires: 예, 영장류, 설치류 등)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전세계 대양의 심해저 코어 샘플과 육상의 일부가 된 여러 해성층의 유공충 화석에서 산소와 탄소 동위원소 비율의 변화를 분석하여, <그림 1>에 보여주는 신생대 기후 변화를 유추했습니다(1, 2). 주목할 만한 사실은 지구 기온은 에오세 초기 5500만년 전에 정점을 찍고 지속적인 하강 국면에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중간에 하강을 멈추고 일정기간 평형상태와 간헐적인 상승은 있었지만 지금까지 무려 5500만년이나 하강 추세였습니다. 그리고 하강 추세는 258만년 전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에 들어서 더 빨라져 10번의 크고 작은 빙하기를 맞고, 현재는 간빙기에 들어서 있습니다.


<그림 1>을 좀더 자세히 분석해 보면, 에오세 초기를 지나 1700만년 동안이나 기온이 하강하여 3400만년 전에 수직하강하고 올리고세(Ologocene, 0.34-0.23억년전)로 들어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 남극대륙에 빙하가 형성됩니다. 왜 그리 오랜기간 동안 기온이 떨어져 급기야 에오세 말기에 지구는 냉동실로 바뀌었느냐? 에오세는 대륙이 분리되면서 해저가 확장되는 시기입니다. 해저 지각판이 벌어지면서 바닷물에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가 해저 암석층과 반응하여 석회암으로 됩니다. 이때 이산화탄소 결손분은 대기에서 보충되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속적으로 줄어듭니다. 기온하강에 대한 여러 설명 중 하나입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올리고세 경계에서 급격히 평균기온이 4도나 내려가는데(에오세 최고치에 비하면 무려 12도나 하강),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남극에 빙하가 형성되어 해수면이 낮아지고 해류 순환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추정합니다. 남극환류 생성이 일정 부분 기여했을 수도 있습니다. 급강하 시점(실제로 수만년 걸림)에 많은 생명이 죽어나갔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러한 증거는 없습니다. 이미 생명들은 1700만년이나 서서히 추위에 길들여져 있었습니다.


올리고세 초반은 생물학적으로 그리고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전이과정이었습니다. 생물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추위에 적응하는 풀이 진화하여 퍼지면서 우림지대가 초원으로 바뀌었고, 풀을 뜯어먹는 각종 유제류(발굽을 가진 동물)가 번성합니다. 유제류에는 짝수 발굽을 가진 우제류(소, 돼지, 양, 염소, 하마 등)와 홀수 발굽을 가진 기제류(말, 맥, 코뿔소 등)가 있습니다. 하마와 진화적으로 연관된 고래도 크게 유제류에 속합니다. 에오세 초기에 일부 하마의 사촌은 백악기 멸종 이후 포식자가 없는, 먹거리가 풍부한 바다로 들어가 고래로 진화한 것이죠. 지질학적인 면에서는 현재의 기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있게 됩니다. 호주 남단 타스메니아섬과 남극대륙 사이에 바닷길이 열리고(Tasmanian passage), 이어서 남아메리카와 남극대륙 사이에 드레이크 해협이 열립니다(Drake passage). 이로써 남극대륙을 순환하는 해류가 생깁니다(antartic circumpolar current, ACC). 이 남극환류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고 수량이 많은 해류입니다. 빙하에서 녹은 물이 바닥에 가라앉아 남극저층수(antartic bottom water, AABW)를 형성하는데, 빠른 속도의 남극환류는 저층수의 부상을 막아 바닥에 가둡니다. 이 저층수는 해저 바닥을 통하여 전 대양에 천물을 공급합니다. (현재 남극 저층수에서 공급되는 해수의 양은 전체 해수의 40%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퍼져나가는 남극저층수는 북극해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북대서양 심층수(north atlantic deep water, NADW)와 만나면서 새로운 해류가 형성되고 전지구적인 열교환이 일어나게 됩니다. 해양이 가진 열용량은 상당히 큽니다. 무거운 물의 하강이 약하게 되거나 하강 장소가 변하면 해양 심층순환이 변하고, 심층순환이 변할 경우 지구상의 기후가 급변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과학자들 사이에는 남극환류 형성시기가 에오세 후기인지 올리고세 초기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올리고세 후반에는 기온이 상승하기 시작하여 마이오세(Miocene, 0.23-0.054억년전)에 들어서는 지구에 온기가 돌아 마이오세 중기에는 오랜만에 따뜻한 시기를 만납니다(Mid-Miocene climate optimum, MMCO). MMCO 는 1700-1500만년 전 거의 200만년 동안 현재보다 평균기온이 4-5도 높았습니다. 시베리아까지 아열대 기후였다고 합니다. 따뜻하고 풍요로운 바다에서 상어, 고래가 적응 방산하고, 곰 계열의 바다코끼리와 바다사자가 등장합니다. 요즘 지구과학자들은 1700만년 전에 시작된 지구온난화에서 현재의 온난화와 어떤 유사점이 있는가를 알아내려고 합니다. 과연 그때도 이산화탄소가 온난화를 이끌었는가? 그렇다면 얼마나 빨리 증가되었는가? 마이오세 이전 에오세와 올리고세는 대륙이 정비되고 해저가 확장되는 시기였다면, 마이오세는 지각판 충돌과 조산운동이 활발히 일어났던 시기입니다. 북반구에는 히말라야 융기가 가속되고, 알프스가 형성됩니다. 북미의 시에라네바다 산맥과 남미의 안데스 산맥이 만들어집니다. 높은 산맥이 생기면서 비구름이 넘지 못해 강우에 노출되지 않는 지역이 많아져, 산림이 줄어들고 초원이 늘어납니다. 초원생태계에 알맞는 꽃, 곤충, 새들이 다양하게 진화하였고, 말, 사슴, 코끼리가 번성합니다. 거대 산맥은 대기순환에 변화를 주어 기후는 한냉 건조해지며 좋은 시절 MMCO가 끝납니다. 지구는 다시 추워지기 시작하여 플라이오세(0.054-0.026억년전)로 들어섭니다.


마이오세 후반 700-650만년 전 드디어 우리의 조상 최초 호미닌(hominin)이 나타납니다. 아프리카 영장류(primates)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다양한 구세계 원숭이로 분화했습니다. 그 결과 수많은 유인원(apes, 꼬리가 없는 영장류) 종과 속이 출현했고 사람과(hominids)에 속하는 최초의 일원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용어를 정리해 봅니다. 호미니드(사람과)는 유인원(오랭, 고릴라, 침프, 보노보)과 사람을 포함한 큰 가지이고, 호미닌(사람족)은 그 안에 소속된 침프와 가지치기한 이후에 진화한 호모(homo, 사람속) 전부를 말합니다. 사헬란트로푸스(Sahelanthropus tchadensis)는 사하라사막 남단 챠드 700-600만년전 암석에서 발견된 두개골 화석입니다(그림 2). 뇌용적은 작고 눈두덩이 불룩해 침프 두개골과 비슷하지만, 인간과 비슷하게 얼굴이 평평하고 작은 송곳니와 큰 어금니를 가졌습니다. 더욱 대후두공(뇌에서 척추관을 잇는 두개골 구멍)의 위치로 보아 머리를 들고 시선은 앞을 향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화석 발견자는 직립 자세를 취했다고 주장합니다. 사헬란트로푸스보다 약간 후대인 오로린 튜게넨시스(Ororrin tugenensis)가 케냐에서 발견됩니다(588-572만년 전 화석). 이빨은 전형적인 초기 인류의 것이며 넓적다리와 정강이뼈는 직립 보행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에티오피아에 위치한 580-520만년 전의 암석에서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Ardipithcus ramidus) 유해가 발견됩니다. 우리 인류의 계통은 마이오세 끝날 무렵에 시작되었습니다. 직립자세를 취했으나, 뇌는 아직 원시적이었고 몸집은 유인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아프리카 특히 동부 아프리카에서 초기 호미닌이 진화할 수 있었던 환경 요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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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Zachos et al. Trends, Rhythms, and Aberrations in Global Climate 65 Ma to Present. Science 27 Apr 2001: Vol. 292, Issue 5517, pp. 686-693 DOI: 10.1126/science.1059412

James Zachos et al. An early Cenozoic perspective on greenhouse warming and carbon-cycle dynamics. Nature 451 (7176), 279, 2008.

* 유도형질: 진화상 한 분류 그룹의 특정 구성원에서만 나타나는 진전된 형질을 말합니다.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진화할 때 나타난 유도형질이 털, 중이, 젖, 태반 등입니다. 이들은 포유류 공동형질이 됩니다. 또 다른 예는 꼬리가 없는 유도형질은 영장류에서 유인원으로 진화할 때 나타납니다. 유인원과 사람은 꼬리가 없다는 공동형질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