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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명의 역사36: 동부 아프리카, 인류진화의 요람
작성일
2020.08.18
작성자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게시글 내용

2019-02-13


마이오세 중기 유라시아에서 남하한 영장류(primate) 일부가 아프리카에서 구세계 긴꼬리 원숭이, 이어서 유인원류(apes)로 진화하고, 이들 중 한 무리가 800-750만년전 침팬지로 그리고 호미닌으로 가지치기합니다. 지난 글에서는 마이오세 말 700-550만년 전 사이에 침프와 비슷한 두뇌크기를 가진 그렇지만 두발로 걸을 수 있었던 최초 호미닌 화석을 소개했습니다. 이후 발견된 호미닌 화석도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등 동부 이프리카에서 발견됩니다. 이들은 아르디피테쿠스(ardipithecus, 550-440 만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alopithecus, 360-250만년), 파란트로프스(paranthropus, 260-110 만년전), 그리고 호모(homo, 240만년 전-현재) 순으로 나타납니다. 아프리카 동북부 지역은 뭔가 특별한 인류 기원의 요람이었습니다.


호미닌의 진화는 전 지구적인 혹은 지역적인 기후변화에 따라 종분화, 멸종, 그리고 다른 지역으로의 분산이 반복되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그 타이밍과 원인에 대한 분석이 별로 없었습니다. 최근 첨단 분석장비를 갖춘 고지리학과 및 기후학의 새로운 접근 방법과 과학자들의 상상력이 어느 시점에 어떤 변화가 선택압력으로 작용했는지를 말해줍니다. 환경적인 압력이 인류의 기원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이론은 꾸준히 있었습니다. 직립보행을 설명하는 ‘사바나가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가설은 ‘한냉가설(ardity hypothesis)’로 재정비됩니다. 장기간에 걸친 한냉화의 결과로 사바나가 확장되었기에, 기후변화 자체를 호미닌 진화의 주요 동력으로 보는 것이죠. 그런데 화석 증거는 호미닌은 점진적이라기 보다는 널뛰기 식으로 진화한 것으로 나타납니다(gradualism vs. punctuated equilibrium). 따라서 점진적인 장기간의 기후변화보다는 급속한 변화를 상정해야 합니다. 이럴 경우, 당장의 환경을 고집하는 소위 ‘스페셜리스트’는 멸종 위기를 맞습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특정 장소에 격리되어 종분화 기회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이소 종분화, allopatic speciation). 반면, 환경 변화를 견디며 적응하고 제 장소를 고집하지 않는 ‘제너럴리스트’는 스페셜리스트가 사라진 생태공간을 차지하는 기회를 가집니다.


우리 조상은 스페셜리스트 혹은 제너럴리스트 어디에 해당할까요? 침프에서 갈라진 이래 700만년의 진화역사에서 수많은 호미닌 계보 중 사피엔스 한 종만 남고 다 사라졌습니다. 많은 종들이 같이 공존하는 고양이나 개에 비추어보면, 인류의 진화는 확실히 특별합니다. 왜 사피엔스 하나만 일까요? 인류 진화의 곁가지를 구성했던 많은 호미닌은 생태적 적응 면에서 스페셜리스트였을 것입니다. 반면 사피엔스는 제너널리스트 계보에 속했을 것입니다. 아무리 제너럴리스트라도 환경변화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고 또 일정 임계치를 넘은 환경압력은 수용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심한 환경 압박에서 선택 대상자는 행동적으로 그리고 생태적으로 자리 확보에 유연한 대처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사피엔스 계보는 아마도 환경 변화의 임계치를 견디게끔 유연성을 보유한 제너럴리스트였을 것입니다(생명의 역사 17, 행동 혹은 발달 가소성 개념 참조). 이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다른 동물에 비해 월등한 대처능력을 어떻게 진화시킬 수 있었는가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당연히 환경의 담금질이 사피엔스 계보에 그러한 능력을 가지게 했을 것이며, 그 증거는 인류 진화의 요람인 동부 아프리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동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고원에서 남서방향으로 대륙이 갈라져 깊고 넓게 펼쳐진 계곡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재도 진행 중인 지각판 이동 현장을 동아프리카 지구대[地溝帶(溝: 도랑, 홈통); Eastern African Rift(EAR)]라 부릅니다. 에오세 후기 3800-3300만년 전에 뜨거운 마그마가 밑에 있는 지각판이 솟아오른 후에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빵을 구울 때 내부 온도 상승으로 부풀어 올라 빵껍질이 갈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2000-1400 만년 전 벌어지는 양 측면에 단층이 생기고, 560 만년 전에는 깊고 넓은 바닥이 드러내기 시작하여 플라이오세(540-258만년 전) 말 260만년 전에는 바닥 폭이 40km까지 넓어집니다. 이러한 지각판 갈라짐은 평평하고 단조롭던 우림지대를 울퉁불퉁 산악지대로 바꿉니다. 갈라짐이 진행됨에 따라 생태계를 조각내며, 아울러 크고 작은 수 많은 호수들이 만들어집니다. 나중에 이들 호수가 합쳐져 아프리카의 거대 민물 호수인 빅토리아, 탕가니카, 말라위 호수가 됩니다. 260만년 즈음 2만년 주기로 건기와 우기가 반복됩니다. 180만년 전 즈음에도 또 100만년 전 즈음에도 주기적으로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었습니다. 식물 생태가 변하고 호수는 물이 차고 마르기를 반복합니다. 화산 활동도 당연히 있습니다.


마이오세 중기 동아프리카 지각판이 갈라지는 시점에 인도-아시아 대륙은 지각판 충돌이 가속되어 히말라야 융기와 함께 티벳 고원이 생깁니다. 이 고원은 태양열을 담아 인도양에 습한 공기를 밀어 넣어 바로 아래 동남아 지역에는 몬순 기후를 조성하고, 습기가 제거된 공기는 아프리카 대륙을 향합니다. 동아프리카 지구대를 따라 형성되는 산맥은 인도양으로부터 오는 비구름을 막아 안쪽 분지는 건조해집니다. 전 지구적으로 플라이오세 후기가 시작되는 350만년 전부터 기온은 빠르게 떨어져 북극해가 얼기 시작하고, 북반구는 빙하시대로 들어섭니다. 지구과학자들은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가 연결되면서 태평양과 카브리해 사이의 해로가 차단되었고, 동시에 빙하시대가 시작되었다고 추정합니다. 파나마 해로가 차단되면서 해류는 북아메리카 동부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흘렀고, 그 결과 멕시코 만류가 형성됩니다. 이 해류는 습한 공기를 추운 극지방으로 운반해 북극의 눈과 얼음 형성에 필요한 수분을 공급했습니다. 그리고 플라이스토세(258만년 전-1.2만년 전)에 들어서면서 빙하기와 간빙기가 10만년 내지는 2만년 주기로 나타납니다. 아프리카 동부 대지구대 분지는 한냉 건조해져 우림 지역이 사바나로 바뀝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마슬린(Maslin) 박사와 독일 포츠담 대학의 트라우쓰(Trauth) 박사는 아프리카 동부지구대의 급속한 환경 변화와 호미닌의 종분화 사이의 관계성을 찾아냅니다.『기후가 역동적으로 변하는 260만년 전 부근에 많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종들이 사라지고 호모 종이 등장했다. 180만년 전 즈음 다양하게 종분화한 호모 종의 하나인 ‘이렉투스’는 아프리카를 떠난다. 이때는 많은 호수가 말랐을 것이다. 건조한 환경에 그나마 잘 견뎌 백만년 동안 존속했던 '파란트로프스' 도 멸종했다. 그래도 동아프리카 지구대에 남아 있던 호모 종은 부침을 거듭하다가 100만년 전에 ‘하이델버젠시스’는 아프리카에서 탈출하여 유럽으로가 ‘네안데르탈’의 조상이 된다. 우리의 직계 사피엔스는 아프리카 동부에서 30-20만년 전에 나타나 심한 환경 담금질 끝에 무척 똑똑해져 18-12만년 전부터 아프리카를 벗어나 빠른 속도로 지구 곳곳에 퍼진다.』 마슬린 박사팀은 2009년 동부 아프리카의 맥동적(pulsed)인 환경변화가 호미닌의 진화를 이끌었다는 가설을 발표합니다(pulsed-climate variability hypothesis)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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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 Maslin, M.H. Trauth. Plio-pleistocene East African pulsed climate variability and its influence on early human evolution. F.E. Grine, R.E. Leakey, J.G. Fleagle (Eds.), The First Humans–Origins of the Genus Homo, Springer Science (2009), pp. 151-158

2. M.A. Maslin et al. East African climate pulses and early human evolution. Quaternary Science Reviews. Volume 101, 1 October 2014, Pages 1-17